구글은 각종 기념일마다 자사의 로고(Google)를 독특하게 꾸미는 것으로 유명하다. 월드컵 때는 로고에 축구공을 등장시키고, 밸런타인데이에는 깜찍한 하트 모양을 선보인다. 특히 지난 2001년 8월 15일에는 글로벌 구글 홈페이지에 태극기가 걸렸다. 한국의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구글의 다양한 로고를 디자인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한국인이다. 주인공은 엔지니어이자 로고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데니스 황(한국명 황정목 ·25)씨다. 황씨는 구글의 로고 디자인뿐만 아니라 홈페이지의 툴바 ·아이콘 ·그래픽 등의 작업도 전담하고 있다.
구글에는 황씨 말고도 잘 나가는 한국인이 또 있다. 세계 8개 국에 지사를 둔 구글에는 3명의 지역 총괄 이사가 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바로 한국인 2세 데이비드 리(한국명 이천우 ·33)다. 그는 한국을 비롯, 호주 ·동남아시아 등에서 광고 영업과 신사업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구글이 유럽에서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요즘 아시아 시장 개척자로서 그의 임무는 더욱 막중해졌다. 구글에는 이들을 포함, 10여명의 한국인이 기술 개발에서 마케팅까지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구글의 직원 수는 800여 명). 최근 황씨와 이 이사가 나란히 한국을 찾았다.
한국의 광고주들을 만나고, 구글에 대한 반응을 살펴봤다. 아울러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국내 포털업체들과의 제휴 건도 타진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컴퓨터공학을 부전공한 황씨가 구글에 입사한 것은 지난 2000년. 보조 웹마스터로 일하던 그는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의 제안으로 구글의 기념일 로고 디자인을 맡게 됐다. 로고 디자인을 담당할 사람을 찾던 그들이 미술을 전공한 그를 낙점한 것.
한국에서 중학교까지 다닌 황씨는 “로고를 디자인하면서 흔히 듣는 말 가운데 하나가 한국 냄새가 물씬 난다는 것”이라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국인으로서 흐뭇하다”고 웃는다. 지난 2001년 광복절엔 태극기와 무궁화로 구글의 로고를 장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불만에 가득찬 수백 건의 e메일이 쏟아졌다. 8월 15일은 광복절일 뿐만 아니라 인도의 독립 기념일이었던 것. 자신들의 기념일에 태극기가 휘날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하루에 수천만 명이 보는 구글 홈페이지에 다시 한 번 태극기를 휘날리고 싶다”며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프로그래밍 등 다른 업무가 많은 그는 혼자 로고 디자인을 맡고 있어 틈틈히 짬을 내 디자인 작업을 한다. 그의 말처럼 디자인은 일종의 ‘부업’이다. 그래서 더욱 바쁘지만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을 함께 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즐기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디자인한 기념일 로고는 구글 웹사이트(www.google.com/holidaylogos. html)에서 볼 수 있다. 데이비드 리 이사는 요즘 구글의 경쟁자인 오버처가 한국 시장을 본격 공략하면서 더욱 바빠졌다. 그는 이번 한국 방문에서 국내 포털들과 손을 잡고 키워드 검색 광고 시장을 개척할 물밑 작업을 했다.
올 초 설립된 오버추어코리아는 다음 ·드림위즈 ·MSN ·하나로드림 등과 키워드 검색 광고에 대해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반면 구글은 한국에서 오버처보다는 열세다. 현재 다음이 구글의 검색 엔진을 쓰고 있는 정도다. 그는 그러나 “한국에서도 구글 사이트를 이용하는 마니아들이 많고, 검색 기능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확장도 중요하지만 검색 사이트로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기 때문에 미래가 밝다는 것.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경영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2001년 구글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는 “입사 전에도 매일 구글에서 검색하던 열렬한 사용자였다”며 “무엇보다 CEO들의 젊은 사고방식이 마음에 쏙 들었다”고 입사 동기를 밝혔다.
(출처 : '구글 속 한국인 (News)' - Udanax.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