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압축 프로그램 ‘알집’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가 실시간 감시 기능을 포함한 무료 백신 서비스를 선언, 유료 서비스 모델로 명맥을 이어온 보안업체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스트소프트(대표 김장중)는 바이러스와 악성 코드의 실행을 실시간 감지해 검사·치료하는 실시간 감시 기능과 자동 업데이트 기능을 갖춘 통합 백신 프로그램 ‘알약’을 이르면 이번주에 공개한다. 개인 사용자에게는 기능 제약 없이 무료 제공되는 ‘알약’의 등장으로 최근 네이버의 무료 백신 서비스 발표로 파란을 겪었던 보안업계에 ‘제2의 PC그린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개인용 유료 백신시장이 통째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알약은 어떤 서비스?=‘알약’은 알집·알씨 등 PC 유틸리티 모음으로 유명한 알툴즈 시리즈의 최신 제품. 바이러스·악성코드의 실시간 감시 외에 자동 업데이트와 시스템 최적화 기능 등을 갖췄으며 동구권 보안기업의 엔진을 채택했다. 알집·알씨 등 이스트소프트의 기존 제품과 마찬가지로 개인 사용자는 무료로 기업·기관은 라이선스를 구매해 사용한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NHN(대표 최휘영)도 무료 백신 서비스 제공 계획을 밝혀 보안업계에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NHN은 회원을 대상으로 바이러스와 웜·스파이웨어 등을 검사·치료하는 ‘PC그린’ 사업을 추진하면서 보안업체의 유료사업 모델인 실시간 감시기능까지 무료 백신에 포함시켜 보안 전문업체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개인용 백신시장 사라질 수도=알약은 폭넓은 사용자 기반을 갖고 있는 이스트소프트의 인지도와 기존 PC 유틸리티 프로그램 제품군과의 연계로 보안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스트소프트는 알약 출시로 그간 알툴즈에서 빠져 있던 보안부문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PC 유틸리티 프로그램을 개발하다 보안 프로그램도 출시하게 됐다”며 “내년 봄까지 100만건 정도 다운로드될 것”으로 기대했다.

 문제는 개인에겐 프로그램을 무료 제공하는 이스트소프트의 사업 모델이 유료 실시간 감시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보안업계의 수익 모델을 깰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포털이나 ISP가 진단·치료기능을 무료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무료 백신 사용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전례도 있어 실시간 감시 기능마저 무료 지원되면서 200억원 규모의 개인용 유료 백신시장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대안은 없나=SW 개발업체인 이스트소프트의 보안시장 진출은 보안이 PC 및 인터넷 환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서비스로 자리잡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원스톱’으로 통합 제공해 사용자층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NHN이 웹오피스·위젯·폰트 등을 일괄 제공하려 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압축·MP3 관리·FPT·지도 등 각종 PC 유틸리티를 통합 제공하려는 것. 보안을 포함한 PC·인터넷 관련 서비스의 통합 제공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보안업체로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바이러스 검색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등 무료 제품이 제공할 수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처지다. 실시간 대응과 국내 실정에 맞는 서비스 지원 환경 구축으로 외산 엔진을 사용한 제품에 대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보안업계 측은 “알약은 실질적으로 NHN의 PC그린과 같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보안사업에 필수적인 꾸준한 업데이트와 신속한 사고 대응이 가능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Ozah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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