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시작한 구글 기념일 로고, 어느 새 400여개
"처음 로고를 제작한 건 우연이었어요. 본업은 웹페이지를 운영하는 일이었는데, 당시엔 회사에서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얼떨결에 로고디자인을 시작했는데, 제일 처음 만든 로고가 2000년 7월 프랑스혁명 기념일 로고였어요. 어린 인턴이었기에 잔뜩 긴장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꽤 뿌듯했습니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이 때부터 신뢰감이 생겼는지, 계속 시키더라고요."
이렇게 시작한 '구글 두들'(구글 낙서)이 7년동안 400여개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 가운데는 광복절과 3.1절, 추석과 2002 한일월드컵 등 한국의 전통 기념일을 기리는 로고도 상당수다. "한국 관련 로고수가 미국을 제외한 다른나라 로고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고 자랑하는 대목에서 황정목씨의 자긍심이 엿보였다.
특히 2001년 8월15일에 올린 광복절 로고는 그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말하자면 태극기를 넣은 로고가 처음 전세계에 올라온 것이죠. 당시만 해도 전세계 구글 홈페이지에 똑같은 로고가 올라가던 시절이었는데요. 로고가 올라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도에서 항의메일이 잔뜩 들어오는 거에요. 알고보니 8월15일이 공교롭게도 인도의 국가기념일이었어요. 10억 인구를 무시하고 한국 기념일을 기렸다는 게 기분이 나쁘다는 얘기였죠. 일본에서는 '구글이 설마 일부러 태극기를 달았겠냐며' 구글이 해킹을 당했다고 소동을 벌이기도 했었어요."
한국 웹마스터팀 꾸리는 중…창의적인 인재 기다려
기념일마다 제작하는 로고가 일종의 '부업'이라면, 전세계 구글 웹사이트를 관리하는 일은 인터내셔널 웹마스터인 그의 주된 업무다. 이번 방한 목적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 문화를 잘 반영하고 한국 누리꾼이 원하는 서비스를 구현할 웹마스터 팀을 키우려고 작업중에 있습니다. 구글의 검색철학은 검색 결과를 인위적으로 손대거나 이용자가 원하지 않는 광고를 막무가내로 집어넣지 않고, 이용자가 원하는 가치 있는 정보를 먼저 보여주는 평등한 웹을 지향합니다. 창의성과 폭넓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구글의 철학을 잘 반영한 웹사이트를 운영할 인재들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황정목씨는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5살무렵부터 중2까지의 유년기를 한국에서 보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도 강하다. '데니스 황'이란 이름 대신 '황정목'이란 이름을 고집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만큼 한국내 구글 서비스에 대한 기대와 중요성도 크다고 황정목씨는 강조한다.
"한국시장은 구글의 가장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하나입니다. 에릭 슈미트 CEO가 다음달에 내한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한국만큼 인터넷의 방향이 빨리 움직이는 나라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어떤 식으로 서비스를 내놓을 지는 아직 완성되지 않아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문화적 다양성과 지역별 차이를 고려해서 이용자의 경험을 최대한 존중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것만은 틀림없겠죠."